친구들하고 잠깐 다녀왔습니다. 먹고 놀고, 먹고 놀고. 그냥 느긋해서 좋았네요.
도쿄보다 뭔가 다들 느긋하고, 그래서 좀 처져있는 느낌도 들고, 그래도 이런게 제 취향에는 더 맞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엄청 친절해! 그냥 친절한 게 아니라 진짜 엄청나게 친절해!
사례 1) 나가사키에서 원폭자료관 찾아가던 도중. 전철에서 막 내려서 친구들하고 지도 보고 있는데, 어느 노신사분이 말을 걸어오십니다. "Atomic Bomb?"
아니 뭐, 거기 내려서 갈 데라고는 원폭자료관이나 평화공원이나 폭심지공원밖에 없지요. 원폭자료관 간다고 말씀드리니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시더니 성큼성큼 걸어가시는 노신사분. 자료관 앞에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신 후 홀연히 갈 길을...아니, 심지어 이쪽 가던 길도 아니셨어? 그냥 데려다주신 거야?
사례 2) 다자이후 쪽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타는데, 아무래도 헷갈려서 아주머니께 노선을 여쭤봤습니다.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자이후에 내렸는데....아까 그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타나서 말씀하십니다. "다자이후 덴만구는 저쪽으로 가면 돼." 세상에, 지하철 타기도 전에 노선 물어본 사람을 목적지 도착해서까지 안내해주시다니.
이분들 말고도 나가사키에서 헤맬 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신 할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셔서까지 노선을 안내해주신 할아버지 외 여러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여행 얘기인데 사진 안 올라가면 이상할 것 같아서 몇 장.
음식 사진은 먹느라 바빠서 제대로 된 걸 못 찍었기에 생략합니다.


그래서 원폭자료관에는 곳곳에 물이 흐르고, 위령비 앞에는 저렇게 물을 바치기도 한다.

어쩐지 돈을 내고 찍어야할 것 같은 저 작위적인 모습.

엄청 이쁘고 평화로운 곳이라 마음에 들었음.

덧글
AZ91 2012/01/30 01:22 # 답글
생각해보면 후쿠시마에도 저런 공원을 하나 만들어야 할듯
로크네스 2012/01/30 01:23 #
후쿠시마는 어차피 잘 방치해 두면 야생동물의 낙원이 될 겁니다. 체르노빌이 그랬듯이요.
NaCl 2012/02/09 00:26 # 삭제
그리고 벌써 귀없는 토끼가 나왔지! 일본사는 사촌누나에게 웹링크 걸어줬더니 우사기모찌 같다고 귀여워 하더라; 역시 본진이 있으면 느긋한가봄.
로크네스 2012/02/09 00:42 #
난 옛날부터 토끼 귀가 마음에 안들었어. 차라리 잘됐음.
enat 2012/02/01 00:05 # 답글
일본의 시골(?)인심인가요! 좋군요! 후쿠오카, 나가사키는 부산이랑도 가까워서 걱정말고 다녀와볼까 생각중인데 기대가 됩니다.헐 근데 저 세번째 사진, 아니 뭐 저런 귀염둥이 고양이가 다있죠? 으아 숨막힐듯한 귀여움!!!!!! 무슨 교육을 받으면 저렇게 되는거지!? 우리집 흰돌이도 저렇게 키우고 싶다!!!!
플러스 나가사키 위령비 앞의 생수통들은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유태인 수용소에서 받았던 느낌. 으음, 무슨 명분을 갖다 붙여도 전쟁은 나빠요, 전쟁은... 음음....
로크네스 2012/02/01 00:23 #
사실 나가사키에는 엘리베이터 타고 한참 올라가면 나오는 서양저택 정원이 있는데, 제 친구들 중 누구도 600엔을 내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죠. 이쁜 사진 찍기에는 거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나가사키는 정말 고양이들이 순하더라고요. 훈련받은것마냥 느긋하게 누워서 "사진 찍어달라냥" 하고 있는 고양이를 두 번 봤습니다. 저 사진에 있는 커플 고양이들은 사람이 코앞에서 사진기를 들이대도 꿈쩍도 안 하더군요.
사실 일본에서 핵맞았다고 징징대는 건 보기 좀 그렇지만(원폭자료관이건 어디건 자기네들이 잘못해서 맞았다는 얘기는 한마디 없기도 하고), 그래도 핵은 정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터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아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니....일본 정부나 국민들의 태도와는 별개로 원폭 피해자들은 애도를 받을 권리가 충분히 있죠.
페로스f 2012/02/01 00:31 # 삭제 답글
원폭에 관련된 책이라면, 저는 [맨발의 겐]이 최고였다고 봅니다.자기네가 무조건 징징대기보단 무능해썬 군부도 까고, 오히려 그 때의 참상을 잘 드러냈죠.
그리고 피해자들에 관한 차별과 박해를 넘어 일어나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젖절하게 나와서 좋습니다.
또한 당시 조선인들에게도 호의적인 시선을 보이고요.
....물론 이 책의 지능적 안티야 아닙니다만, 너무 가식적인가요? 가식적이지 않게 요약하자면...
좆징징거리지 않음. 우리나라 안 깜. 스토리 굿. 근데 모에와는 거리가 멀지 말입니다.
로크네스 2012/02/01 00:42 #
<맨발의 겐>같은 경우는 원폭을 다룬 작품을 얘기할 때 반드시 나오죠.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확실히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은 군부에 호의적이기 힘들기도 하고....
AZ91 2012/02/02 21:38 #
뭐 맨발의 겐 같은 작품에서 모에를 찾느니 카이지나 아가키에서 모에를 찾는게 훨씬 더 빠를테니...
올리 2012/02/06 11:07 # 삭제 답글
고양이 모에하네 핡
로크네스 2012/02/06 12:46 #
CatHolic 믿으세요 CatHolic은 진리입니다!
NaCl 2012/02/09 00:21 # 삭제 답글
100:700 일때 많이 다녀왔어야 되는건데 말이지. 그나마 친척 때문에 숙박비는 염려가 없는데 지역이 제한되어있으니깐 교통비가 더 많이 나오는 기분이란 말이야. 다음에는 나도 그냥 민박 예약하고 가야겠음. 근데 내가 가고 싶어했던 후카이도가 망해버렸잖아?
로크네스 2012/02/09 00:43 #
아 환율....근데 전세계적으로 엉망이라 사실 어딜 가도 비슷함.